1994년작 중경삼림...
워낙 명작으로 평가되는 영화고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나만의 해석(내지 감상)을 해보고자 한다.
1. 배경
홍콩반환을 3년 앞두고 만들어진 영화로, 1부와 2부를 통해 홍콩이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것도 맞는 해석 같다.
그런데 나는 단지 1990년대라는 공통적인 배경에 집중하고 싶다.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90년대인데...
양조위(경찰 663)이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바에서 8시에 페이를 만나기로 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양조위는 계속 기다린다.
그러다 그녀의 사촌오빠이자 가게 사장이 오늘 못온다며 그녀는 "캘리포니아로 갔다"며 그녀가 전해주라는 편지를 건네주고 간다.
양조위는 차인줄 알고 바에서 계속 술을 퍼마신다.
그리고 용기가 없어 편지를 열어보지 못하고 버린다.
그러나 다시 줍는다.
편지는 정확히 1년뒤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비행기표.
양조위는 그 자리에서 1년을 기다린다.
심지어는 경찰도 관두고 페이의 사촌오빠가 운영하던 가게까지 인수한다.
요즘 같아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요즘 같은 시대는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안오면, 1분만 늦어도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대체 언제 오냐고 다그칠 것이 뻔하기 때문.
그리고 요즘 같으면 연락도 없이 1년을 기다린다는게 가능이나 할까...
메일이나 영상통화, 심지어는 카톡도 외국에 나가서 할 수 있어서...
연락이 안되면 불안해하고 답답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긴 한 것 같음...
당연히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연락이 안되는 것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연락이 안되는 것의 차이랄까...
그래서인지 요즘 세상은 기다림의 미학이 많이 사라진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여기 OOO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묻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길을 못찾아 헤매는 경우도 많았고...
더 이전인 핸드폰이 보급되기 전엔
"지금 몇시에요?"
물어보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고보니 2010년도 이전,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던 때라서
길 못찾아서 헤맸던 기억이 꽤 되는 듯...
기술의 발전은 편리함을 주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도 많은 것 같음.
2. 음악
CD플레이어가 등장하는데 그러고보니 90년대에도 음반이 CD로도 나왔구나...
2부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The Mamas & the Papas: California Dreamin' 원곡버전이 계속 나온다.
[중경삼림 重慶森林 OST] California Dreamin' - The Mamas & The Papas - YouTube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The Cranberries가 부른 Dreams의 왕페이가 부른 번안버전이 나오는데...
이제 영국(원곡버전)에서 중국(번안버전)으로 옮겨가는 것을 상징하는 부분 같기도 하다.
OST까지 일부러 그렇게 고른 것 같기도 하다.
중경삼림(重慶森林) MV - The Cranberries 'Dreams' - YouTube
위 곡은 영화에 나오는 버전은 아니고, 크랜베리스의 원곡인데
개인적으로 왕페이가 부른 버전보다 원곡이 나은 것 같다.
사실 2부 내내 흘러나오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림이라던가
크랜베리스의 드림 모두 엄청난 명곡이기도 함...
어떤 사람 블로그를 보니...<중경삼림> 때문에 유명해진 노래들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저 노래들이 더 유명했음...
애초에 필자는 <중경삼림> 같은 영화는 이번 리마스터링을 통해서야 보게 된 것이기 때문...
노래는 돌아다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대로 들을 수는 있어도 영화 같은건 맘 먹고 보지 않는 이상 쉬운 일은 아님...
3. 결말
왕가위 감독은 일단 2부를 통해 새로운 시작(홍콩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의 미래)에 대해서
그래도 희망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는 어땠어요?"
"별거 없었어요."
이 대화가 마치 "영국에서의 통치 기간은 어땠어요?", "별거 없었어요"와 같은 말로 들리기까지 한다.
영국의 홍콩 (국가) 통치 100년, (인간) 페이의 캘리포니아 여행 1년.
이제 중국으로의 반환(페이의 귀국)을 기다린 홍콩(양조위)...
현재까진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관객들로서는 밝은 미래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4. 30년이 흐른 지금...
안타깝게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약 30년이 흐른 지금, 홍콩의 상황은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홍콩만 민주화운동 및 시위를 하였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범죄인 인도법은 통과되고,
홍콩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조슈아 웡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신기한건 2020년 12월에 불법집회 조직·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국가전복 혐의로 또 기소 되었다.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파 47명, 국가전복 혐의로 무더기 기소 : 네이버 뉴스 (naver.com)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파 47명, 국가전복 혐의로 무더기 기소
홍콩에서 전 야당 의원과 활동가 등 민주파 인사 47명이 홍콩 국가보안법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어제(28일) 기소된 인사들의 보석이 기각
news.naver.com
30년 전 <중경삼림>을 찍을 당시 양조위와 페이의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왕가위 감독은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이 들까...
5...기타...
90년대 감성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정치적인 얘기로 흘렀다...
페이는 양조위의 전 여친이 전해주란 편지를 멋대로 열어보고,
멋대로 양조위의 집에 몰래 들어가
집을 자기 멋대로 꾸미고...
"시간 나면 오라면서요"
어느날 우연히 양조위와 마주치자 이렇게 당당히 말한다.
양조위는 처음엔 모른다.
뭐가 바뀌었는지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을 때 아마 홍콩인들도 처음엔 잘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이상해짐을 조금씩 느끼다가...
결국 페이가 자기 집에 몰래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마치 홍콩보안법이 만들어졌을 때
그때서야 느꼈을 것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왕페이가 몰래 집안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집안을 꾸미고 하는데
세상 어느 남자가 그녀를 욕할 수 있을까?
마치 우렁각시 같은 느낌 아닐까...
[중국 반환 후 홍콩 민주화운동 역사]
- 2003년 홍콩판 국가가보안법 반대 시위
- 2005년 평등선거 시위
- 2009년 반분열국가법 반대 시위
- 2012년 애국교육 필수과목 지정 반대시위
- 2014년 홍콩 행정관 직선제 요구 시위
-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그러나 자유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되더니 갑자기 하나 둘 이상한 법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런 모습이 되고 말았는데...
왕가위 감독은 양조위의 집에 왕페이 같은 20대 여성이 들어오길 꿈 꿨지만(dream)
현실은 노련한 중년의 50대 남성 강도가 들어와 재물을 빼앗고 집까지 빼앗은 것 아닐까...
"홍콩인들 영국 이주로 올해 홍콩서 40조원 유출 전망" (daum.net)
"홍콩인들 영국 이주로 올해 홍콩서 40조원 유출 전망"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영국이 오는 31일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의 이민 신청을 을 받기로 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올해 40조원이 홍콩에서
news.v.daum.net
싶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만 줄임)
pray for Hong Kong.
홍콩의 민주화를 꿈꾸며...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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