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제2금융노조’ 출범한다
50세 이상 ‘제2금융노조’ 출범한다
50세 이상 금융권 근로자들로 구성, 이달말 정식 출범 계획
고령세대 전국단위 노조 ‘노후희망유니온’과 연대 예정
[청정뉴스 서태웅 기자]
50세 이상 금융권 근로자들로 구성된 제 2금융노조가 출범한다.
임금피크제·희망퇴직 등 주요 사안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게 설립 취지다.
극심한 고령화로 금융권의 세대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대별 복수노조’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씨티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등 8개 기관의 시니어(50세 이상) 노조들은 연합노조인 제 2금융노조(가칭 50+ 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를 결성키로 했다. 우선 2000명의 조합원으로 이달 말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상위 단체로 고령 세대 전국 단위 노조인 노후희망유니온과 연대 예정이다.
1금융권에서 금융노조외에 별도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이 별도 노조를 결성한 것은 금융권에서 고령 근로자 관련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를 내걸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각 국책은행은 희망퇴직 재개를 위해 올 들어 노사정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제2금융노조 관계자는 "고령근로자 관련 현안은 기존 노조의 협상 우선순위에서 대부분 뒤로 밀려나 있다"며 "임피제, 희망퇴직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에 직접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시니어 노조들이 ‘제 2금융노조’를 만든 것은 고령자 관련 이슈가 매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불어나는데 처우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희망퇴직이 사문화된 국책은행은 갈등이 더 극심하다. 각 국책은행장을 포함한 노사정도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해결까지는 역부족이다. 새로 출범한 제2금융 노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대 국책은행장도 머리 맞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이후 사문화된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각 은행 노조 위원장, 정부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간담회를 열었다. 국책은행 및 금융 공기업의 희망퇴직시 퇴직금은 '임금피크제 이후 임금의 45%'로 제한돼 있다. 퇴직금 수준이 너무 낮아 대부분 억지로 정년을 채우고 있다는 게 업계 속사정.
일부 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희망퇴직금을 '임금피크제 이후 임금의 75%'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은행장들은 지급률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고, 노조 측 또한 100%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별개로 금융노조는 '65세 정년연장, 60세 임금피크제 돌입'을 안건으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는 55세 임금피크제 적용, 60세 정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 협상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상황과 노조-사용자협의회 측의 입장차를 감안하면 올해 내에 타협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세대별 복수노조 시대 열리나]
제2 금융노조가 출범한 것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주요 은행과 금융공기업마다 시니어 노조가 조직됐으나 대부분 기존 노조를 통해 사측과 협상을 해 왔다.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교섭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각 시니어노조가 협상력 있는 복수노조화를 위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보증기금 시니어 노조가 가장 먼저 사측으로부터 복수 교섭권을 인정받았다. 기업은행 시니어 노조와 산업은행 임피노조(임금피크제 노조)도 교섭권 분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정호 기업은행 시니어노조 사무총장은 “희망퇴직을 현실화하고 고령 근로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은 청년 고용과 사회적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금융권 조직의 선순환을 위해서 은퇴를 앞둔 세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세대 갈등이 복수 노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책은행 임피제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 8.6%, 기업은행 3.4%, 수출입은행 3.4% 등이었다. 내년에는 전체 국책은행 직원의 약 10%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노조가 고령 근로자들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커진 게 복수노조가 나온 이유"라며 "연령대별로 이해관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어 세대별 복수노조가 금융권에 보편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